TNA팬인 나조차도 회생불능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 WWE & TNA



1. 레슬링 팬이 된 이후로 TNA는 처음으로 "열렬히" 좋아하게 된 단체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TNA에 대해 부정적인 혹은 비관적인 의견을 표시하면 그것을 애써 부정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이나 상황을 보면 한때는 TNA 빠돌이 수준이었던 나조차도 단체의 상황과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POP TV로 방송국을 옮기고 난 뒤의 최근의 임팩트 레슬링은 분명히 재밌다. 좋은 경기들도 거의 매주 나오고 있고 메인 대립이었던 매트 하디 대 EC III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스토리라인도 큰 무리없이 잘 진행되어 왔다. 새롭게 데뷔한 마이크 베넷이나 디케이 등 흥미로운 캐릭터들도 보여주고 있고 단순히 스토리를 근시안적으로 진행시킨다기 보다 예전보다는 좀 더 확실한 목적성이 보이고 있다. 

2. 그렇지만 바로 팬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엔 TNA는 이미 브랜드 이미지를 이미 심하게 갉아먹었다. 일단 AJ 스타일스, 불리 레이, 크리스 세이빈, 사모아 조, 오스틴 에리즈, 스팅, 매그너스, 제임스 스톰(다시 돌아오긴 했으나) 등... 단체의 월드 챔피언 출신이었던 선수들을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불과 2~3년동안에 너무나도 많이 잃었다. 네, 뭐 여기까진 괜찮다고 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재작년엔 울브스를 팀3D, 하디즈와의 연전을 통해 최고의 태그팀으로 확실히 밀어줬고 작년엔 EC3를 월드 챔피언에 등극시키며 단체의 새로운 스타들을 확실히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3. 그보다도 TNA가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먹은 더 큰 이유는 재정적인 문제로 스타 선수를 놓친 거나 고질적인 "비논리적인" 스토리라인보다도 2014년부터 심해졌던 의아한 쇼의 일정 및 PPV답지 않은 PPV들이다. 이러한 문제의 씨앗은 2013년에 PPV 갯수를 축소시킨 이후였다. 
특히 2014년 바운드 포 글로리를 일본에서 개최한 것은 최악의 비즈니스였다. 바운드 포 글로리는 그들의 레슬매니아다. 그들이 한 해 동안의 가장 큰 쇼다. 그런 쇼가 제대로 된 빌드업도 없이 이전에 TNA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선수들로 꽉찬 상태에서 단체의 가장 큰 스타들이 없이 치뤄졌다.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TNA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영국같은 나라도 아니라 일본에서 말이다. 아니, 이게 말이나 되나? TNA가 바운드 포 글로리를 개최하게 된 배경 중 하나였던 W-1와의 협력은 진작에 끝나버렸다. (덧붙여 홍보 포스터에 욱일기가 있었던 것으로도 한국팬들에게 욕을 먹었던;)

작년 EC III의 월드 타이틀 등극이 슬래미버서리에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임팩트 녹화날과 PPV의 시간적인 문제가 엇갈리게 되면서 EC3 대 커트 앵글은 TV쇼의 Bell to bell 특집의 메인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인디단체들도 생방송이 안겨다주는 화제성이라는 메리트를 크게 절감하고 iPPV를 시작한지가 한참인데 TNA는 일정 배치에 대한 무계획성으로 인해그런 buzz를 만들어낼 기회를 완전히 놓친거다. 작년 한해의 TNA를 생각해볼 때 EC III의 월드 챔피언 등극만큼 팬들을 사로잡을 이슈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받을만한 사건이었다. 심지어 같은 쇼에서 펼쳐졌던 데이비 리쳐즈와 오스틴 에리즈는 싱글매치는 이미 전날에 치뤄진 더티 힐즈와 울브스의 다섯 차례의 연전에 마지막 경기에 대한 조항을 걸고 경기를 가졌다. 
One Night Only 따위의 쇼를 여전히 PPV로 진행하는 것은 정말 한심한 수준이다. 이젠 웬만한 인디단체들도 제대로 된 빌드업이나 홍보없는 경기를 주선하지 않는데 One Night Only는 빌드업은 커녕 쇼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조차 이뤄지지 않는다.(하긴 이런 쇼를 그럴듯하게 홍보하는 것도 시청자들에 대한 기만일 수 있겠다;) 그냥 요상한 컨셉이나 잡은 "그 누구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쇼로만 보인다. 돈이 없어 선수들을 떠나보내고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려고 빌빌대는 상황에서 이런 한심한 쇼에 들어가는 돈부터 줄여야하지 않나 싶다. 이런 쇼를 PPV로 계속해서 이어나간다는 건 돈낭비다. 파이널 레졸루션, 노 서렌더, 락다운, 데스티네이션 X 등의 PPV였던 브랜드들을 TV쇼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TV쇼와 똑같은 분량의 시간으로 진행되다보니 경기들에 주어지는 시간이나 퀄리티가 항상 아쉽다. TV쇼 수준을 벗어나는 퀄리티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4.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TNA가 배출한 ECIII나 울브스같은 스타들은 사실 외부단체에서의 영입(이었다 혹은)과 다름 없었다. ECIII는 WWE에서 데려온 선수라고 볼 수 있고 울브스는 ROH에서 계약이 끝난 후 데리고 온 선수들이다. 여기서 이미 TNA가 줄곧 가지고 있었던 문제가 드러난다. 그들은 그들의 손으로 레슬러들을 키워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경쟁단체라고 할 수 있는 ROH도 ROH Dojo를 설립해서 레슬러들을 키워내거나(스타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세미나/트라이아웃을 통해서 선수들을 모집하는 시스템을 어느정도 형성해가고 있는데 TNA는 전혀 그런 시스템조차 없다. 잠시 OVW를 산하단체로 삼기는 했지만 온전히 TNA가 운영한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것도 그냥 OVW 선수들 몇명을 데려와 쓰는 수준에 불과했다. 치카라처럼 자단체가 키워낸 선수들이 중심이되는 곳도 있고 AIW나 프로그레스처럼자신들의 선수들을 키워내는 인디단체들도 많아지는 상황. TNA가 이미 늦었지만 빠른 시일내에 자신들의 아카데미를 설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5. TNA는 현재 위상을 생각해볼 때 윌 오스프레이가 신일본과 이미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알고 나서 그저 화를 냈다는 소식은 사실 좀 어이가 없었다. 물론 신일본이 현재 TNA와 북미 2위자리를 두고 경쟁중인 ROH의 제휴단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럴만도 하겠다 싶지만 TNA가 WWE보다도 계속 ROH쪽 선수들을 노리고 견제하는 것은 이미 그들의 현위치가 ROH와 경쟁할 정도로 내려왔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로 밖에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두 단체가 투닥투닥하는 건 진짜 속된말로 표현해서 그냥 좁빱싸움으로 밖에 안보인다. WWE가 이볼브와 제휴까지 맺으면서 이종격투기 쪽의 UFC처럼 프로레슬링계를 독점하려는 상황에서 TNA, ROH 두 단체가 차라리 손을 잡아도 모자랄 판에 서로 투닥대는 것은 이 업계를 위해서라도 지양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TNA가 계속해서 경쟁 타겟으로 삼아야 할 것은 에전보다도 규모의 차이가 더욱 커졌지만 그럼에도 WWE여야만 하고 윌 오스프레이의 신일본과의 계약보다 드류 갤러웨이가 WWE와 협력관계에 있는 EVOLVE에 게속 출전하는 것에 더 크게 화를 냈어야만 하고 그의 이볼브 출전을 막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만 한다고 본다. 암만 생각해도 화를 내야 할 데 안내고 엄한 데 화를 내는 느낌이다. 차라리 TNA도 ROH처럼 신일본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윌 오스프레이의 계약 사실을 알았다면 신일본과 예전처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을 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하지 않을까.  

6. 지난해 12월 치르기로 했다가 취소되었던 인도 투어. 사실 누가봐도 이건 연기된 일정이라기보다 그냥 이미 취소된 일정이다. 허나 TNA는 인정하지 않고 있고 사실 인정할 수도 없다. 크게 홍보하고 있던 투어가 취소됐다는 건 그들의 좋지 못한 재정을 드러내는 꼴이 되버리니까. 이건 말그대로 일단 가진 것 이상으로 너무 무리해서 일단 일정을 진행하고자 질렀다가 결국 감당을 못한거다. 애초에 무리하지 않았으면 될 것을 그들 스스로가 거짓말쟁이가 되고 있고 사서 사과할 일들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3월 15일에서 20일까지 있는 임팩트 녹화쇼들. 따로 표를 판매할 필요가 없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개최한다고 하지만 전혀 예고도 없다가 불과 보름 전에 쇼가 있을 것이라고 알리는 것 또한, 인디 단체도 안하는 아마추어같은 모습이다. 암만봐도 일정 배치, 홍보, 마케팅 등 전부 인디단체보다도 못하다.

7. 요즘 프로덕트의 질이 괜찮아지긴 했지만 쇼의 내용을 떠나서 위처럼 단체의 운영에 있어서 산재해있는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안타까운 건 이러한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 정말 한때는 내가 사랑했다고도 말할 수 있는 단체이기에 TNA가 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이제는 드리워진 망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 됐다.



P.S : 커트 앵글이 드류 갤러웨이와의 경기에서 뇌진탕을 입었음에도 두 경기를 더 시켰던것도 다니엘 브라이언이 은퇴한 상황에서 충분히 언급하고 싶기도 했지만 영국투어가 커트 앵글의 페어웰 투어로 대대히 홍보된 것이나 앵글이 TNA로 건너온 계기 등을 돌이켜보면 그나마 어느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위같은 더 큰 문제들이 너무 많아서 넘어가기로..;